엔비디아 CEO는 왜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 비판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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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CEO는 왜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 비판했나

해외선물매니저 0 353

서학개미에게 엔비디아(Nvidia)는 가장 뜨거운 존재다. 올해 들어 엔비디아 주가는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올 1분기 실적이 발표된 다음 날에는 주가가 하루 만에 전날 대비 24%나 폭등했다. 지난 5월 30일(현지시각) 엔비디아는 장중 한때 시가총액 1조달러를 돌파했다. 반도체 기업으로는 처음 있는 일이다. 뉴욕 증시 기준 시총 1조달러 기업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 아마존 등 4곳에 불과하다.

엔비디아는 인공지능(AI)의 심장을 만든다. 원래 엔비디아가 주목받은 건 게임 때문이었다. 과거 컴퓨터 그래픽을 처리하는 곳은 컴퓨터 내 중앙처리장치인 CPU(중앙처리장치)였지만 게임 그래픽의 퀄리티가 높아지면서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따로 처리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했고 이 시장을 엔비디아가 점령했다. 엔비디아가 자랑하는 ‘지포스’가 주목받았고 1999년 시장에 내놓은 지포스256부터 GPU(그래픽처리장치)라는 용어가 처음 사용됐다.

 

“중국이 스스로 GPU 만들려고 할 것” 

GPU는 CPU보다 더 작고 전문화된 코어로 구성된 프로세서다. 가장 큰 차이점은 정보 처리 방식에 있다. CPU는 입력된 명령어를 순서대로 처리하지만 GPU는 여러 작업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 병렬 연산 처리 기능이 뛰어난데 이 때문에 가상자산 상승기에 엔비디아는 큰 이득을 봤다.

가상자산 채굴 경쟁이 격해지면서 병렬 연산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자 GPU를 여러 대 장착한 전문 채굴기가 등장했는데, 이 때문에 엔비디아의 제품이 엄청나게 팔렸다. 블룸버그는 “2020년 말부터 2022년 5월까지 약 1년6개월 동안 가상자산인 ‘이더리움’ 채굴자들이 GPU 구매에만 150억달러(약 19조9000억원)를 썼다”고 보도했다. 이 중 상당수가 엔비디아 제품이었다.

가상자산의 혜택을 입은 엔비디아가 또다시 뜨거워진 건 생성형 AI가 등장하면서부터다. 대규모 연산을 수행할 수 있는 GPU는 AI의 딥러닝(심화학습)에 적합했다. 이 때문에 AI 반도체 시장은 엔비디아의 고성능 GPU의 몫이 됐다. AI 산업에 뛰어들려면 엔비디아가 조성한 생태계 속에서 머물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됐는데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점유율은 92%로 경쟁사인 AMD(5%), 인텔(1%)을 압도적인 차이로 따돌리고 있다.

이렇다 보니 엔비디아는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분쟁 한가운데 서 있다. 지난해 8월 미국 정부는 엔비디아의 A100과 이보다 고성능인 H100의 중국 기업 판매를 금지시켰다. 매출의 4분의1 정도가 영향을 받는 조치였다. 엔비디아의 칩이 군사용으로 전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이유로 들었다. 현재 엔비디아는 성능을 저하시킨 제품을 중국에 납품하는 방식으로 미 정부의 방침을 우회하고 있다. 최근 미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에 제재를 가한 중국 정부도 엔비디아 제품은 구매할 수밖에 없는데,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대만계 미국인인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그간 중국을 ‘빅테크의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고 불러왔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의 수출 통제를 두고 ‘파이낸셜타임스’에 “우리의 손을 뒤로 묶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중국 시장을 뺏긴다면 대비책은 없다”며 “중국과 교역을 할 수 없다면 미국 기업들에 막대한 피해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의 발언은 미국 행정부가 중국과 치르는 반도체 전쟁에 관한 평가 중 가장 강한 강도의 관계자 비판이다. 그의 우려는 단순히 물건을 팔지 못한다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만약 중국 기업들이 미국 공급업체로부터 살 수 없다면 스스로 만들려고 할 것이고 그래서 미국은 매우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황 CEO의 견해는 다른 반도체 업계의 CEO에게서도 들을 수 있다. ASML은 반도체 첨단 공정에서 필수 장비인 극자외선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네덜란드 기업이다. 이곳의 CEO인 피터 베닝크도 미국의 수출 통제를 이렇게 평가한다. “결국 중국이 첨단 반도체 제조에서 자체 기술을 성공적으로 개발하도록 압박할 수 있다. 중국 시장에 접근하는 것은 그래서 필수적이다.”

이들의 우려대로 중국은 나름의 해법을 모색 중이다. 중국 기업들은 AI 딥러닝에 사용할 엔비디아의 최첨단 A100 및 H100을 구매할 수 없게 되자 다른 방법을 찾아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첨단 GPU의 부족을 보완하기 위해 중국 AI 개발자들이 소프트웨어를 조합해 GPU의 부족한 성능을 보완하려는 연구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는 중국 특유의 물량 공세가 뒤따른다. 챗GPT의 경우 대규모 언어모델을 처리하기 위해 엔비디아의 A100이 약 5000~1만개가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중국은 A100이나 H100을 구입할 수 없다. 대신 그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A800과 H800을 쓴다. 지난 4월 중국의 빅테크 기업인 텐센트는 대규모 AI 모델 훈련을 위해 H800을 활용한 컴퓨팅 클러스터를 선보였다. H800은 칩 간 데이터 전송 속도를 H100의 절반 수준으로 낮춘 제품인데 이 때문에 텐센트는 H100을 사용했을 때보다 세 배나 많은 H800을 쓴 것으로 전해진다. 비용은 훨씬 비쌌지만 미국의 포위망을 돌파할 수 있는 방법인 셈이다.

여기에 더해 중국 회사들은 다양한 GPU를 조합해 거대한 데이터를 처리하는 방법에 도전하고 있는데, 이건 미국 기업들이 잘 시도하지 않는 방법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이 검토한 논문을 보면 알리바바나 바이두, 화웨이 등 중국의 기술기업은 엔비디아의 A100, V100, P100을 화웨이가 개발한 어센드(Ascends)라는 GPU와 조합해 활용하는 것을 연구했다. 실제로 화웨이는 최신 대규모 언어 모델인 판구2(PanGu-Ⅱ)를 자사의 어센드로만 딥러닝했는데 중국어로 된 과제에서 꽤 훌륭한 성능을 보인 것으로 논문에 적시돼 있다.

 

자체 GPU 출시하는 중국 스타트업 

엔비디아의 빈자리를 이왕이면 자국 기업으로 메우자며 등장한 중국 내 GPU 스타트업도 나름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일부 스타트업은 엔비디아 출신 연구원이 개발을 이끌고 있는데 무어스레드(Moore Thread)가 대표적이다. 무어스레드는 서방 국가들로부터 독립된 GPU 솔루션을 생산하는 것을 목적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지난해 2000억원이 넘는 투자를 받으며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최근 미국 일부 주에서 사용 금지를 당한 틱톡의 모회사인 바이트댄스도 이 회사에 투자하고 있다. 2020년 설립한 무어스레드는 지난해 MTT S80이라는 GPU를 출시했는데 여러 버그와 충돌이 발생하면서 탈(脫)엔비디아를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이 확인됐지만 구상한 계획을 현실화하는 속도만큼은 경계 대상이 되고 있다.

젠슨 황 CEO도 비슷한 생각이다. 지난 5월 30일 대만을 방문한 그에게 한 기자가 물었다. “엔비디아와 중국 GPU 기업 사이의 격차는 얼마나 될까요.” 그는 답했다. “중국에는 수많은 GPU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중국에서 이 산업에 투입하는 자원의 양은 방대하기 때문에 절대 과소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그가 지금의 미·중 대립을 걱정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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